순직 소방관 추모 119 메모리얼데이 마라톤은 긴급신고번호 119에서 모티프를 얻은 11.9km 코스로, 배번호에 순직 소방관의 이름과 순직일을 새겨 용기와 헌신을 함께 달리는 특별한 의미를 담았다.
세종중앙공원 일대에서 열린 제2회 행사에서는 방화복과 공기호흡기를 장착한 현직 소방관 119명이 함께 뛰며 현장의 무게와 사명을 생생히 전했다.
메모리얼 갤러리, 체험 프로그램, 리본 월 등 국민 참여형 추모 문화제는 소방관의 일과 희생을 사실적으로 알리고, 기억을 일상의 문화로 확산시키는 플랫폼이 되었다.
11.9km의 의미, 메모리얼데이에서 다시 쓰는 ‘마라톤’
11.9km라는 숫자는 단순한 거리 표기가 아니다. 긴급전화 119에서 따온 이 상징적인 코스는, 위급한 순간을 향해 가장 먼저 달려가는 이들의 발걸음을 되새기게 한다. 참가자들이 가슴에 단 배번호에는 순직 소방공무원의 이름과 순직일이 적혀 있어, 레이스 전 과정이 한 분의 생애를 떠올리는 경건한 추모가 된다. 뛰는 동안 시선이 자연스레 배번호로 돌아오고, 그 이름을 조용히 부르며 호흡을 가다듬는 순간마다 ‘우리가 왜 달리는지’라는 질문에 뚜렷한 답이 새겨진다.
현장에서는 방화복과 공기호흡기까지 갖추고 완주에 나선 현직 소방관 119명의 묵직한 행보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장비의 무게와 뜨거운 열기는 그 자체로 엄중한 메시지다. 실제 화재 현장에서 그들이 마주하는 긴박함을 상상하게 하고, 시민의 생명을 향해 몸을 던지는 직업적 소명의 깊이를 체감하게 한다. 그들의 땀방울은 단지 퍼포먼스가 아니라, 동료를 향한 애도이자 직업윤리에 대한 엄숙한 증언이다. 함께 뛰는 시민들은 그 무게의 일부라도 나누듯 호흡을 맞추며 응원과 박수로 화답했다.
추모의식은 온라인에서도 이어진다. 소방청이 운영하는 ‘순직소방관추모관(nfa.go.kr/cherish)’에서는 순직 당시의 상황, 생전의 모습, 남겨진 이야기까지 차분하고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달리기 전후 이 추모관을 찾아 각자의 배번호 주인공을 알아보는 참여자들이 늘었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이름과 사연을 알고 달리는 행위가 개인적 감동을 넘어 사회적 기억으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시작된 공감이 온라인 추모로 이어지고, 다시 다음 세대의 안전교육과 시민의식으로 환류되는 선순환이 형성되고 있다.
이처럼 11.9km 마라톤은 기록 경쟁이나 성취의 무대가 아닌, 생명존중의 가치를 몸으로 학습하는 공공 교육의 장이다. ‘빨리’보다 ‘함께’, ‘완주’보다 ‘기억’을 우선하는 철학이 코스 전반에 스며 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지만 아무나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매년 반복되는 이 상징적 러닝을 통해 우리는 지역의 사건 기록을 공동체의 역사로 길어 올리고, 그 역사로 오늘의 안전을 다시 설계한다.
세종에서 열린 ‘119 메모리얼데이’의 현장성과
세종중앙공원 도시축제마당은 낮은 목소리로 묵념하고, 조용하지만 단단한 공감이 흐르는 추모의 장으로 변모했다. 메모리얼 갤러리에는 순직 소방관이 생전에 사용하던 장갑, 휴대전화, 가족에게 건넨 작은 인형 같은 물품이 고요하게 놓여 있었다. 유가족의 손글씨 편지와 그림은 짧은 문장 속에 방대한 시간을 담아, 방문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전시 동선은 과장된 연출을 덜어내고 진솔한 기록에 집중해, 관람자 스스로 의미를 발견하도록 배려했다. 그 절제미가 오히려 비극의 무게를 정직하게 전한다.
체험 프로그램은 추모의 감정을 이해로 확장시키는 뼈대였다. 방화복 착용, 공기호흡기 장비 시연, 소방 특수장비 소개, 구조견과의 교감 체험 등은 ‘위험 앞의 절차’가 왜 엄격해야 하는지 몸으로 알게 한다. 어린이와 청소년은 호기심 속에서 안전 매뉴얼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고, 성인은 장비의 무게를 느끼며 현장의 리스크를 구체적으로 상상한다. 교육은 거창한 강의보다 좋은 체험에서 오래 남는다. 이 페스티벌형 추모 문화제는 흥미와 경건, 교육과 기억을 균형 있게 융합해 안전문화 확산의 실질적 플랫폼이 된다.
리본 월 앞에서는 수많은 색깔의 리본이 파도처럼 흔들렸다. 참가자들은 각자의 배번호 주인공 이름 아래 조심스레 리본을 묶고, 속으로 다짐을 새겼다. 이정근 소방관의 이름 위에 매어진 한 올의 리본처럼, 작은 행동이 모여 거대한 기억의 벽을 만든다. 이름을 부르고, 사연을 읽고, 손으로 매듭을 지으며 우리는 비로소 ‘나의 추모’에서 ‘우리의 약속’으로 건너간다. 이 약속은 내년에도 같은 자리에서 이어질 것이고, 지역 곳곳의 학교·기업·기관으로 확장될 것이다. 세종에서 확인된 현장성은 곧 전국적 확산의 신뢰 가능한 모델이 된다.
무대 프로그램과 브리핑은 과시보다 투명성에 초점을 맞췄다. 순직자 통계와 지원 제도, 현장 안전 개선 노력, 시민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화재 예방 팁까지 구체적으로 공유했다. 공식 링크와 자료를 통해 누구나 재확인할 수 있도록 열어둔 점은 공공행사의 신뢰를 높였다. 추모와 정보, 체험과 참여가 유기적으로 엮일 때, 메모리얼데이는 일회성 기념이 아닌 지속 가능한 안전 플랫폼이 된다.
이름을 부르는 ‘추모’가 만드는 안전 문화
국민 참여형 추모 문화제가 필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첫째, 사회적 기억의 공백을 메운다. 익명의 영웅이 아니라 이름과 이야기를 가진 사람으로 기억할 때, 비극은 통계가 아닌 서사로 남는다. 둘째, 안전에 대한 시민의 책임감을 강화한다. 전시와 체험, 러닝을 통해 우리는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안전”을 발견한다. 셋째, 정책의 방향을 날카롭게 한다. 현장에서 들려온 구체적 어려움과 개선 요구는 제도 보완의 근거가 되고, 공감대는 예산과 입법의 정당성을 높인다. 추모는 과거를 바라보는 일이지만, 실은 미래의 안전을 설계하는 가장 인간적인 방법이다.
지속 가능한 확산을 위해서는 생활권 단위의 실천이 중요하다. 학교는 11월을 안전교육 집중 월간으로 지정해 현장형 체험 수업을 운영할 수 있다. 기업은 사내 러닝 크루와 연계해 ‘11.9km 세이프티 런’을 정례화하고, 사내 소방훈련과 함께 기부 연계를 추진할 수 있다. 지자체는 지역 소방서·교육청·시민단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메모리얼 갤러리 순회전, 이동형 체험 부스, 리본 월 조성을 연중 프로그램으로 편성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는 소방청 ‘순직소방관추모관’으로 연결되는 디지털 추모 캠페인을 펼치며, 기록의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개인도 작은 행동으로 동참할 수 있다. 1) 내년 119 메모리얼 런 참가 신청 캘린더 등록, 2) 추모관(nfa.go.kr/cherish)에서 한 분의 사연 읽고 추모글 남기기, 3) 집과 직장에서 소화기·감지기 점검하기, 4) 차량 비상망치·소화기 구비하기, 5) SNS에 #119메모리얼데이 #순직소방관추모 해시태그로 정보 공유하기. 이 다섯 가지는 누구나 바로 시작할 수 있고, 작지만 분명한 변화로 이어진다. 결국 추모는 감정의 표출을 넘어 행동의 언어가 될 때 비로소 사회적 안전으로 번져 간다. 우리는 이름을 부르고, 이름으로 행동하며, 행동으로 문화를 만든다.
결론
11.9km를 함께 달리고, 이름을 부르며, 리본을 묶는 순간들 속에서 우리는 순직 소방관의 용기와 헌신을 섬세하게 기억했다. 세종에서 열린 제2회 119 메모리얼데이는 마라톤·전시·체험·온라인 추모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국민 참여형 문화제의 표준을 보여줬다. 배번호에 적힌 한 사람의 생애가 공동체의 역사로 확장될 때, 추모는 현재의 안전과 내일의 정책을 동시에 움직이는 동력이 된다.
다음 단계로, 지금 캘린더에 내년 ‘119 메모리얼데이’ 일정을 등록하고, 소방청 순직소방관추모관을 방문해 한 분의 기록을 읽고 추모글을 남겨보자. 가정과 직장에서 소방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학교·회사·지역 모임에서 11.9km 러닝이나 작은 추모 전시를 기획해도 좋다. 이름을 기억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오늘의 한 걸음이 내일의 생명을 구한다는 확신으로, 우리의 일상에서 추모를 행동으로 이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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