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5 수상작 도시 일상 혁신

디자인이 도시의 일상을 새롭게 쓰고 있다를 화두로 한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5가 서울 성수동에서 열려, 시민의 삶을 바꾸는 공공의 언어와 해법을 집중 조명했다. 대통령상을 차지한 서초구의 흡연부스 개선을 비롯해 국가보훈부의 ‘처음 입는 광복 캠페인’, 울산의 스마트 버스 승강장 31109, 성남의 사계절 미끄럼방지 탄소 발열 매트 계단, 광주의 포용형 놀이터와 통미길까지 다채로운 수상작이 발표됐다. 기술과 디자인, 참여와 협력, 안전과 기억 복원이 교차하며 도시 공간의 품격과 일상의 편의를 한층 세련되게 끌어올린 장면들이 깊은 울림을 남겼다.

공공디자인으로 여는 일상의 품격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5가 던진 가장 인상적인 메시지는 공공디자인이 단순한 미관을 넘어 시민의 일상을 정교하게 돌보는 실천이라는 점이다. 대통령상을 수상한 서울특별시 서초구의 ‘기술과 디자인으로 새로운 흡연 문화 만들기’는 흡연권과 비흡연권이라는 오랜 갈등을 기술·디자인의 조화로 풀어낸 모범사례로 기록됐다. 밀폐형 흡연부스를 반투명 구조로 전환해 개방감을 높이고, 공기질 센서와 자동 정화·환기 시스템을 도입해 내부 오염도가 기준을 넘으면 즉시 장치가 가동되도록 설계했다. 심사위원단은 이 프로젝트를 “기피 시설 전반의 개선 가능성을 보여준, 공공디자인의 사회적 확장”으로 평가했고, 현장에서 체감되는 갈등 완화 효과가 분명하다는 의견이 뒤따랐다.

서초구 사례가 특별한 이유는 보행 안전, 시각적 쾌적성, 이용자 존중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설계 철학에 있다. 반투명 패널은 은폐·무질서 이미지를 줄이면서도 이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적절히 보장하고, 외부에는 답답함이 아닌 정돈된 표정을 제공한다. 공기질 데이터 기반의 운영은 ‘보이는 청결’과 ‘측정 가능한 안전’을 결합해 공공 신뢰를 끌어올렸다. 무엇보다 행정과 시민의 공존을 목표로, 이용 행태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피드백을 반영한 점이 돋보였다. 불필요한 금지보다 설득력 있는 환경 조성으로 행동 변화를 유도한 것이다.

이번 페스티벌은 이처럼 생활 현장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데이터와 디자인 언어로 재구성하는 접근이 확산되고 있음을 뚜렷이 보여줬다. 공공디자인은 낭만적 이미지나 장식적 개입이 아니라, 시민의 이동 경로, 체류 시간, 감정 곡선을 포함한 전 경험을 다루는 통합 도구가 되어가고 있다. 결과적으로 도시의 표정은 더 투명해지고, 이용 경험은 더 친절해지며, 사회적 비용은 더 합리적으로 줄어든다. 공공성이란 추상적 구호가 아니라, 측정 가능하고 반복 가능한 사용자 경험의 표준으로 번역되는 순간, 일상의 품격은 자연스럽게 상승한다.

도시를 바꾸는 수상작의 디테일

도시의 변화를 견인하는 힘은 결국 디테일에서 탄생한다. 울산광역시의 ‘스마트 버스 승강장 31109’는 온열 의자, 에어커튼, 공기정화 장치, 태양광 전력 시스템을 결합해 기다림의 시간을 불편함에서 안락함으로 전환했다. 실시간 도착 안내와 은은한 조명, 절제된 조형은 정보 접근성과 정서적 안정감을 동시에 강화하며, IoT·ICT 기반의 운영은 안전과 효율을 겸비한다. CNN, BBC, 로이터 등 해외 언론이 주목한 이유도 바로 이 ‘디자인-기술-운영’의 삼박자가 창출한 새로운 대중교통 경험의 표준성에 있다.

성남시의 ‘사계절 미끄럼방지 탄소 발열 매트 계단’은 골목길 낙상 사고라는 구체적 위험을 정면으로 다룬 생활형 안전 디자인이다. 탄소 발열 매트로 결빙을 차단하고, 시인성이 높은 노란색 포장과 이중 손잡이로 보행 안전성을 극대화했다. 단순 시설 교체를 넘어, 주민과 행정이 함께 설계하고 점검한 과정 자체가 공공디자인의 본령을 증명한다. ‘작은 변화가 생명을 지킨다’는 신념이 현장에서 데이터로 환원될 때, 공공은 더 신속하고 지속가능한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다.

광주광역시의 ‘송정동 기적의 놀이터·행복이 통하는 통미길’은 세대와 능력을 아우르는 포용형 공간 재구성의 정수를 보여준다. 좁고 낡은 골목을 걷기 좋은 보행로와 모두를 위한 놀이공간으로 재편하고, 주민 워크숍과 시민 설계단의 의견을 꼼꼼히 반영해 장소 고유의 기억을 지키면서도 안전과 편의를 섬세하게 끌어올렸다. 이 프로젝트는 ‘아이들의 웃음이 마을의 디자인을 바꾼다’는 철학을 실제 생활동선, 휴식 포인트, 그늘과 조명 배치라는 구체적 요소로 치환했다. 결과적으로 마을의 분위기가 환해졌다는 주민 피드백은 공공디자인이 커뮤니티 회복탄력성을 높인 증거다.

- 울산: 체류 품질을 높이는 스마트 인프라로 대중교통 경험 재정의
- 성남: 계절 리스크를 상시 관리하는 안전 UX 구축
- 광주: 참여와 협력으로 완성한 포용형 커뮤니티 디자인

페스티벌 2025, 기술과 기억이 만나는 혁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은 국가보훈부·빙그레·디마이너스원의 ‘처음 입는 광복(光服) 캠페인’은 기술과 기억의 만남을 극적으로 구현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 87인의 한복 차림을 정교하게 복원하고, ‘빛(光)과 옷(服)’이라는 언어적 환유로 광복의 의미를 다시 입혔다. 서대문형무소를 배경으로 한 영상은 역사적 현전감과 현대적 감수성을 겹치며 젊은 세대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멈추게 했다. 공공디자인이 추모의 감정을 시각 경험과 정보 구조로 번역해 기억의 접속성을 확장한 사례라 할 만하다.

이 프로젝트가 전하는 교훈은 명확하다. 첫째, 기록의 복원은 단순 재연을 넘어 새로운 해석과 참여를 촉발해야 한다. 둘째, 기술은 대상이 아니라 매개이며, 디자인은 그 매개가 시민과 만나는 방식을 설계한다. 셋째, 공공 커뮤니케이션은 아름다움과 정확성, 감동과 윤리 사이의 균형을 면밀히 관리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처음 입는 광복’은 공공브랜딩, 문화유산 교육, 디지털 큐레이션이 결합될 때 사회적 의미가 어떻게 증폭되는지를 입증했다.

페스티벌 전시 전체를 관통한 흐름도 동일하다. 서초구의 흡연부스는 갈등을, 울산의 승강장은 불편을, 성남의 계단은 위험을, 광주의 놀이터는 단절을 다뤘고, 국가보훈부 캠페인은 망각을 다뤘다. 서로 다른 문제처럼 보이지만, 해결 전략은 공통적이다. 사용자 연구로 ‘진짜 문제’를 정의하고, 데이터와 기술로 상태를 측정·관리하며, 미학과 스토리텔링으로 시민 경험을 설득력 있게 완성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공공디자인은 도시와 일상을 연결하는 가장 실천적인 혁신 도구가 된다.

결론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5는 공공디자인이 도시의 외형을 미화하는 차원을 넘어, 갈등을 줄이고 안전을 높이며 기억을 되살리고 커뮤니티를 회복시키는 실질적 인프라이자 언어임을 증명했다. 서초구의 흡연부스 개선은 공존의 디자인을, 울산의 스마트 승강장은 체류 경험의 혁신을, 성남의 발열 매트 계단은 생활 안전의 체계화를, 광주의 포용 놀이터는 참여 기반의 장소성을, ‘처음 입는 광복’은 기술과 기억의 접속을 설득력 있게 보여줬다. 요컨대 데이터로 측정되고 디자인으로 체감되는 공공 가치가 도시의 품격을 밀도 높게 끌어올린 셈이다. 다음 단계로는 첫째, 지자체별 생활밀착 과제를 선정해 사용자 조사–파일럿–확산의 표준 프로세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둘째, 유지관리와 성과 측정을 위한 운영 데이터 대시보드를 도입해 ‘설치 이후’의 품질을 상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셋째, 시민 워크숍·디자인씽킹 스프린트·학교 연계 프로그램 등 참여 채널을 넓혀 공공디자인을 일상적 학습과 실천의 영역으로 확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성공 사례를 오픈 가이드라인과 모듈로 정리해 다른 지역이 빠르게 참조·도입할 수 있도록 공유 생태계를 강화하자. 그렇게 할 때 디자인은 도시의 문제를 신속히 번역하고, 일상의 만족을 한층 더 촘촘하게 완성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