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맘프 이십주년 문화다양성 축제 성황
창원 맘프 이십주년 문화다양성 축제 성황. 10월 24일부터 26일까지 창원특례시 용지문화공원과 성산아트홀, 중앙대로 일원에서 전 세계 21개국이 참여한 초대형 문화 교류의 장이 펼쳐졌다. 경상남도·창원특례시·경남이주민센터·창원문화재단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고용노동부·법무부·외교부 등이 후원한 이번 축제는 내국인과 이주민이 함께 어우러지는 공존의 가치로 도시 전체를 뜨겁게 달궜다.
창원에서 만난 세계, 시민이 주인공이 되다
용지문화공원과 중앙대로를 가득 채운 2025 MAMF는 그야말로 ‘도시 전체가 세계’가 되는 경험을 선사했다. 축제 기간 내내 오색찬란한 전통의상과 흥겨운 리듬, 향긋한 음식 냄새가 공원을 감싸며 관람객의 오감을 자극했다. 경상남도와 창원특례시, 경남이주민센터, 창원문화재단의 유기적인 협업 위에 문화체육관광부·고용노동부·법무부·외교부가 든든히 뒷받침하면서, 지역 축제를 넘어 국가 대표 문화다양성 플랫폼으로 성장한 위상을 입증했다.
특히 행사 공간을 용지문화공원에서 중앙대로까지 대폭 확장해 관람 동선을 여유롭게 설계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시민들은 산책하듯 무대를 오가며 각국 공연단의 라이브 음악과 춤을 마음껏 즐겼고, 곳곳의 체험부스에서 국경을 뛰어넘는 문화의 결을 직접 만졌다. 세계 21개국 공연단이 선보인 전통 타악과 현대적 사운드의 절묘한 결합, 다채로운 민속무용과 화려한 퍼레이드는 ‘보는 축제’를 넘어 ‘참여하는 축제’의 진수를 보여줬다. 현장에서는 아이들의 호기심 어린 질문과 어른들의 따뜻한 미소가 자연스럽게 교차했고, 낯선 문화와의 마주침이 곧 배움이 되는 장면이 연속적으로 연출됐다.
축제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다름을 잊고 다음을 잇는’. 단지 구호에 그치지 않고 운영 전반에 스며든 이 슬로건은 프로그램 큐레이션과 공간 디자인, 관람객 동선에서 일관되게 구현됐다. 창원은 다문화 인구 비율이 높은 도시라는 지역적 특성을 장점으로 전환해, 일상과 축제가 자연스럽게 섞이는 도시형 페스티벌의 모범을 제시했다. 한편, 야간 조명 연출과 대형 미디어 파사드, 곳곳의 포토 스폿은 MZ세대의 참여를 적극 견인하며 SNS 확산력을 높였다. 이 모든 요소가 어우러져, 창원은 ‘세계로 열린 문화도시’라는 이미지를 한층 공고히 했다.
결국 MAMF는 지역 시민이 주인공이 되어 세계를 환대하는 감각을 체화하는 무대였다. 따뜻한 박수와 열정적인 환호, 자연스러운 어울림이 축제의 공기를 채웠고, 그 공기는 다시 공동체의 신뢰로 번졌다. 축제가 끝난 뒤에도 여운이 길게 남는 이유는, 그곳에서 우리가 서로의 차이를 넘어 ‘함께 사는 법’을 아름답게 연습했기 때문이다. 이 경험은 창원의 일상으로 회귀해도 오래도록 살아 숨 쉬며, 다음 만남을 약속하는 약동하는 문화적 기억으로 자리 잡는다.
맘프 프린지·버스킹 페스타, 거리 전체가 무대가 되다
올해의 백미는 단연 중앙대로 일대를 뜨겁게 달군 ‘프린지 & 버스킹 페스타’였다. 왕복 도로가 잠시 멈추고 사람의 흐름으로 가득 채워지자, 도시는 거대한 야외극장으로 변모했다. 싱어송라이터의 담백한 노래, 라틴 퍼커션의 현란한 리듬, 전통 현악기의 고즈넉한 선율이 교차하며 다채로운 사운드스케이프를 만들었다. 관람객은 멈춰 서고,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흔들고, 때론 함께 노래했다. 일상의 회색빛을 걷어내고 음악과 춤으로 물든 순간, 거리는 더없이 관대하고 따뜻한 무대가 되었다.
먹거리와 체험이 촘촘하게 연결된 것도 호응을 키웠다. 중앙대로를 따라 늘어선 각국 푸드트럭은 달콤하고 짭조름한 향으로 관람객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태국의 매콤한 스트리트 푸드, 인도의 향신료가 살아 있는 커리, 몽골의 따뜻한 전통 요리까지, 한 끼 식사 속에 세계가 담겼다. 가족 단위 관람객은 쉼표처럼 배치된 피크닉존에서 편안히 앉아 공연을 즐겼고, 청년들은 포토존을 배경으로 감각적인 인증샷을 남겼다. 무엇보다 버스킹 공연과 체험부스, 플리마켓이 유연하게 얽히며 ‘걷고, 보고, 먹고, 참여하는’ 이상적인 페스티벌 동선을 완성했다.
프로그램의 스펙트럼도 넓고 깊었다. 다문화 그림그리기 대회에서는 어린이들이 상상력으로 그려낸 세계의 색채가 장내를 환하게 밝혔고, 국제학술회의는 문화다양성과 이주, 포용정책에 관한 담론을 차분하게 확장했다. 지구마을 바자르&플리마켓은 공정무역 상품과 로컬 아트워크를 소개하며 윤리적 소비의 가치를 환기했다. 문화다양성 퍼레이드는 각국 전통의상과 리듬이 어우러진 화려한 행진으로 장관을 연출했고, 대미를 장식한 월드 뮤직 콘서트는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관객을 하나로 묶었다.
핵심 하이라이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프린지 & 버스킹 페스타: 중앙대로 전 구간이 살아 있는 무대
- 월드 뮤직 콘서트: 장르 융합과 글로벌 협연의 진수
- 다문화 체험부스: 의상·공예·미식으로 만나는 생활문화
- 국제학술회의: 포용과 공존을 설계하는 거버넌스 논의
- 퍼레이드·플리마켓: 참여형 동선과 지속가능한 소비의 실천
이 프로그램들은 문화 향유의 접근성을 높이고, 관객이 관계 맺는 방식을 세련되게 바꾸었다. 맘프는 ‘관람자’와 ‘공연자’의 경계를 부드럽게 해체하면서, 도시를 모두의 공연장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설득력 있게 제시했다.
이십주년 성황, 문화다양성으로 여는 다음 20년
올해 주빈국은 한·몽 수교 35주년을 맞은 몽골이었다. 현장에서는 ‘나담(Nadam)’을 모티브로 한 씨름 시연이 묵직한 호흡으로 시선을 사로잡았고, 이동식 전통가옥 ‘게르(게르)’ 전시는 생활문화의 깊이를 섬세하게 전했다. 관람객은 고운 문양의 전통 의상을 직접 입어 보며 사진을 남겼고, 담백하면서도 풍미 가득한 몽골 음식을 맛보며 현지의 일상을 입체적으로 체험했다. 한 나라의 문화를 단순히 소개하는 차원을 넘어, 공감과 존중의 언어로 해석해 내는 큐레이션이 빛났다.
야간 무대의 열기는 정점에 달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이주민 가요제에서는 다양한 국적의 참가자들이 한국어 노래로 무대를 채워, 언어와 정서가 교차하는 낯설고도 아름다운 순간을 만들어냈다. 객석에서는 환호와 떼창이 터져 나왔고, 관람객은 서로의 국적을 묻기보다 같은 곡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이는 맘프가 20년간 축적한 신뢰와 환대의 에너지가 만들어낸 결정체였다. 단일 무대가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가 참여하는 ‘관계의 생태계’가 바로 이 축제의 비밀이자 힘이었다.
‘다름을 잊고 다음을 잇는’ 슬로건은 과거와 미래를 잇는 선언이기도 하다. 창원은 MAMF를 통해 다문화 도시의 현실을 긍정적 자산으로 전환하고, 시민 참여형 문화정책의 가능성을 실험해 왔다. 향후 20년을 향한 과제는 분명하다. 첫째, 연중 상설 프로그램과 로컬 네트워크를 고도화해 축제의 효과를 일상으로 확장할 것. 둘째, 이주민 예술가·활동가의 참여를 기획 단계부터 제도화해 공동 제작 모델을 강화할 것. 셋째, 공정한 접근성과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ESG형 운영 체계를 도입할 것. 이 방향성이 견고해질수록, MAMF는 창원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다양성 거점’으로 더욱 확고히 자리매김할 것이다. 축제는 끝났지만, 공존의 서사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결론
2025 MAMF는 창원을 배경으로 세계 21개국이 한데 어울린 성대한 문화다양성 축제였으며, 프린지 & 버스킹 페스타부터 월드 뮤직 콘서트, 이주민 가요제, 몽골 주빈국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다름을 잊고 다음을 잇는’ 슬로건을 실감나게 구현했다. 공간 확장과 시민 참여, 탄탄한 운영 협업은 축제를 도시의 일상으로 녹여내며 진정한 공존의 가치를 체화하게 했다. 창원은 이번 성황을 통해 ‘세계로 열린 문화도시’의 브랜드를 한층 공고히 했고, MAMF는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다양성 플랫폼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다음 단계로, 독자 여러분께는 내년 MAMF 일정과 프로그램 공지를 미리 확인하고 가족·친구와 함께 참여 계획을 세울 것을 권한다. 지역 예술가와 이주민 커뮤니티가 함께 만드는 상설 워크숍, 공정무역 플리마켓, 청소년 대상 다문화 교육 프로그램 등 연중 활동에도 관심을 넓혀 보자. 맘프 공식 누리집과 SNS 채널을 구독하면 사전 예약, 봉사 참여, 시민 퍼레이드 모집 등 다양한 참여 기회를 가장 빠르게 받아볼 수 있다. 축제가 남긴 감동을 일상의 실천으로 이어가며, 우리 모두의 다음 20년을 더욱 풍성하고 따뜻하게 만들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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